애플뮤직 하루 사용 후기 음악

우선 온갖 정리 안 된 오디오 파일들로 지저분해진 아이튠즈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평소에 태그 정리는 남의 나라 일로 생각해왔었기 때문에... 이왕 정리하는 거 조악할 지언정 앨범 아트까지 넣어가며 태그 정리를 싹 했다. 선물로 받은 시디 몇 개 리핑해서 추가도 하고. 

어쨌든 지금 애플뮤직에 가입하면 첫 삼개월은 무료 사용이고, 자동결제는 계정관리하는 곳에서 막아둘 수 있다. 처음 가입하고 나면 본인이 좋아하는 장르와 좋아하는 아티스트 몇 명을 선택하라는 화면이 나온다. 원한다면 그 과정은 언제든지 다시 할 수 있다. 


관심없는 이름들을 지우고 more artist 버튼을 계속 클릭해서 나름 이상적인 리스트를 한 번 만들어 봤다. 사실 나오는 이름들이 그렇게 다양한 편은 아니었다. 여기서 제공한 내 취향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앨범과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하는데 이 기능은 꽤 마음에 든다. 텍스트가 최소화된 매거진 같은 느낌의 화면이 예전에는 음반에 대한 정보를 얻는 주된 출처였던 음악 잡지들을 연상시킨다. 추천 앨범과 플레이리스트는 대중적인 취향에 많이 치우쳐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추가해서 듣다보니 모르는 좋은 곡들도 만나게 된다. 새로운 추천이 업데이트 되더라도 스크롤을 해 내려가면 타임라인처럼 이전의 기록은 계속 남아있다.


플레이리스트는 내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할 수 있고, 앨범도 아이튠즈에서 구입한 시디와 마찬가지로 보관함에 저장할 수 있다. 구름 표시가 있는 건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으면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있는 상태로 들을 수 있고 다운 받을 수도 있지만, 아이팟 등의 다른 디바이스에 넣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디바이스라면 같은 계정을 사용해서 피시와 동일한 방법으로 애플뮤직을 이용할 수 있는 것 같다. 아이튠즈 스토어는 애플뮤직과는 별개의 다운로드 서비스로 유지되고 있으므로, 이전처럼 똑같이 들어가서 유료구매를 하면 된다. 유료구매한 앨범과 애플뮤직에서 다운받은 앨범, 리핑한 앨범들이 내 보관함 안에 사이좋게 섞여 있다.


이전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아이튠즈 라디오까지 포함해서 시디, 잡지, 라디오 등 이전 세대의 리스너들에게 익숙한 음악 감상 경험을 어느 정도 떠올리게 한다. 선택의 기회가 무제한인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개인화된 음악 감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신경을 쓴 느낌이다. 하지만 설령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훌륭한 음악 감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서비스를 통해 장기적으로 창작자들에게 돌아올 이익에 대해서는 역시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 힘들다. 


무제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생각 음악

이미 한국 소비자에겐 친숙한 월정액제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그간 국내 음악 산업에 미친 악영향을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에, 얼마 전 아마존에서 무제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이게 과연 올바른 방향의 변화일까 의문스러웠다. 소비자들이 유투브나 스포티파이를 통해 음악을 소비할 때 창작자에게 배분되는 수익은 터무니 없이 적다. 이런 무료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발생되는 전체 이익 중 창작자들의 몫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비자의 선택이 극도로 분산되어서 각각의 창작자가 의미있는 수준의 소득에 도달하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료화된 서비스라도 무제한 스트리밍 환경으로의 변화가 창작자들에게는 긍정적인 방향의 변화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음악 소비자들에게는 긍정적인 변화일까? 무제한 스트리밍 환경에서는 소비자가 선택에 대한 기회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이지만, 그게 훌륭한 음악 감상 경험에 꼭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선택에 대한 기회비용 지불을 통해 감상자는 본인이 선택한 음악에 대해 개인적인 애착을 형성할 준비를 하게 되며, 감상자의 친밀한 애착 형성과 몰입은 음악이라는 매체가 지닌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이런 이유로 거대 컨텐츠 유통 업체들이 꼭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했어야 했을까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 창작자들의 설 자리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음악이란 매체 자체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악수는 아니었을까. 물론 이런 거대 업체들의 야심 덕분에 소비자들이 얻는 편익도 무시할 수 없다. 예전 같았으면 듣고 싶어도 구하지 못해 못 들었을 희귀 레코드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방대한 레코딩의 역사에 대한 비교적 신뢰성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얻을 수 있다. 어쩌면 거대 유통업체들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에 승복했다기 보다는, 현재와 같은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 꾸준히 판을 깔고 길을 닦아온 건지도 모르겠다.

최근엔 애플이 애플뮤직이라는 서비스를 내놓고 3개월의 무료 사용기간을 제공하며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는 중이다. 한국 계정으로는 가입할 수 없지만, 쉽게 미국 계정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고 한다. 아마존과 구글 플레이의 음악 서비스는 아직 사용해보지 못했지만 아이튠즈는 이미 친숙하게 쓰고 있었기 때문에 어제부터 가입을 해서 사용을 해 보았다.

1